아름다운재단 모금팀에서 일한다는 것 ③편
《기부컨설팅센터B》/컨설턴트 이야기 2015. 1. 23. 16:59 |다들 어떤 마음으로 일하고 계신가요?
얼마 전에 종료된 '피노키오'라는 드라마, 참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드라마 주인공들도 참 멋지고 근사했지만, 저는 드라마 속 상사로 나오는 김광규 씨의 한 대사가 마음 속에 오랫동안 남더군요. 인턴 기자가 쵤영을 하다가 빙판길에 미끄러지려 하는 사람을 구하느라 빙판길 뉴스를 내보낼 타이밍을 놓쳐버렸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상사(김광규)가 인턴에게 하는 대사였죠.
인턴 : 기자도 사람은 구해야죠. 기자도 공익으로 생각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상사 : "기자는 지켜보는 게 공익이야! 그걸로 뉴스를 만드는 게 공익이고, 그 뉴스를 구청직원이 보게 만들고, 대통령이 보게 만들고, 온 세상이 보게 만드는 게 그게 기자의 공익이다. 니들이 연탄 2~3개 깨는 동안에 빙판길 문제로 뉴스를 만들었으면 그걸 보고 구청직원들이 거기에 재설함을 설치했을 거야. 사람들은 집 앞에 눈을 치웠을 것이고, 춥다고 손 넣고 다니는 사람들은 넘어지면 다치겠다 싶어 손을 빼고 다녔을 거다. 니들이 연탄제 몇 장 깨서 몇 명 구하겠다고 뻘짓하는 동안 에 수백 수천 명을 구할 기회를 날린거야 알아? 알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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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쿵 울렸습니다. 숨 쉬며, 일하며, 밥 먹으며 생각하게 되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사명감'을 떠올리게 만드는 대사였습니다. 선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맞는 역할을 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사는 것.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바로 이 마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거짓말을 하면 티나는 사람들
극 중 여주인공은 거짓말을 하면 딸국질을 한다는 설정이 유쾌했습니다.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는 상상이 현실이 되기에 더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혹시 현실 속에서도 저렇게 거짓말을 하면 티가 확 나는 사람들은 없을까요?
기대하는 대답은 '재단에는 있습니다.' 일텐데... 그건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인생을 아주아주 오래 살았다면 그런 피노키오 같은 사람 몇 명 본 적 있다고 얘기할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여럿 봤습니다.
(나와 똑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최대한 거짓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살아가려 노력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참 여럿 봤습니다.
1. 일단 기부자님. 처음 만나는 저에게 과거 힘든 시절 이야기를 너무 쉽게 털어놓습니다. 기부의 행위는 누군가에게는 굳어진 습관이기도 하지만,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숙원 사업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자신이 서러웠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지않고는 기부의 동기가 나올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처음보는 저에게 표정, 행동 숨김없이 다 드러내놓는 기부자님을 뵐 때면 매번 새롭습니다.
2. 또 기부자를 대하는 재단 간사들. 아름다운재단을 그 자체만으로도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신기한 여러 면들을 봤습니다. 기부자님이 재단에 방문한다고 하면 주말에도 나와 맞이하는 간사님들의 웃음을 보면서 분명 억지로 시켜서 하는 사람들의 표정과는 차이가 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늦은 저녁, 모두가 뛸듯이 기뻐해 왜 그런지 물어보니 아름다운재단이 기부금품 모집과 관련한 검찰조사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사랑과 공감으로 사람을 대하고, 사랑으로 직장을 택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라 생각했습니다.
'비영리재단에서 일한다'고 하면 제일 많이 듣는 말
비영리에서 일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제일 먼저 이야기합니다.
"우와, 정말 보람되시겠어요."
그 다음 순위는 혹시 종교가 있냐고 묻죠.(저는 아직 귀속된 종교는 없습니다) 아름다운재단 모금팀에서 일한다는 것 1편과 2편을 써내려가며 제 마음 안에서 정화되는 '사명감'이라는 글자가 꿈틀거렸어요.
어떤 마음으로 이 회사에 지원했나요?
채용 면접을 보면 빠지지 않고 받게 되는 질문 중에 하나리라 예상됩니다. 최대한 임원들의 마음에 쏘옥 들 수 있는 말로 외워갔었던 기억도 납니다. 어찌어찌하여 직장에는 들어갔고, 그렇게 1년, 2년.. 달력을 넘기며 나이만큼 직장 생활의 경력도 늘어갔습니다. 계절 바뀔 때마다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왔나' 스스로에게 수 없이 되뇌이며 미생이 눈물나게 공감가는 직장 생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여기 '아름다운재단'이라는 곳에 있습니다.
회사는 유독 나에게만 너무 많은 일들이 주어진 것 같아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불평하고는 했습니다. 물론 그에 따른 돈이 가져다주는 보상에 또 위로받기도 했었죠. 아름다운재단에 왔다고해서 나에게 주어지는 일들에 대해 불평하지 않게 된 것은 아닙니다. 똑 같 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나 봅니다. 그런데 일하며 마음 속에 꿈틀거리는 '사명감'이라는 단어를 쉽게 떨어뜨리기가 어렵습니다. 여전히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왔나' 라는 질문을 하지만, 예전보다는 조금 더 빨리 답변할 내용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
저는 아름다운재단 모금팀에 속해 일하고 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며,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빈부 격차에 관심이 많으며, 더욱더 많은 기부금을 통해 나누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입니다.
모금팀에서 돈을 많이 가진 자와 돈이 필요한 자를 연결하며 가끔씩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저도 망각하는 사람인지라 매일 매순간 되뇌이며 일 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천사같고 모든 일들을 다 순응하며 온 세상을 선만 행해지는 천국으로만 봤다면 이 자리에 오래 있기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세상에 펼쳐진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환경을 겪으며 살아온 사람들, 그 각자의 모습에 대해 섣부르게 판단하지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이 지금의 이 자리를 계속 이어가주는 힘이 아닐까 조심스레 이야기 해봅니다.
사명감에 대해 얼마 해보지도 않은 제가 너무 거창하고 거만하게 말하게 될까봐 조심스럽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속에서 제가 할 일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게 되는 것, 이러면서 '사명감'이 자리잡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나이들어서도 내가 필요한 사람임을 느끼려면...
젊은이들은 살아갈 시간이 많은 줄 알아 시간을 펑펑 쓰고, 나이를 먹으면 이미 다 겪어봐서 시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관조적으로 변한다고 들었습니다. 살아갈 시간을 예측할 수 있다면 시간과 일, 사람을 대하는 것도 모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대할 수 있을텐데... 모두가 그렇듯 우리는 살아갈 시간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예측할 수 없기에 매 순간 잘 살아야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나봅니다. 지금도 내가 필요한 사람임을 느끼는 것도 어려운데, 나이들어서도 내가 필요한 사람임을 느끼게 하려면... 매 순간 얼마나 잘~ 살아야 할까요?
아름다운재단 예종석 이사장님, 재단의 어르신^^
재단에서 직위를 떠나 진정 어른으로 모시는 분이 해주신 귀한 말씀이 있어 전할까합니다.
"어렸을 때는 내가 없으면 세상이 안 돌아가는 줄 알고 살지만, 나이 들어서는 내가 없어도 세상이 잘 돌아가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도 정말 내가 없어도 되는 사람인지 묻게 되는데, 우리 재단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보면.... 내가 일하는 이 곳은 정말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곳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관련 글>
아름다운재단 모금팀에서 일한다는 것 ①편
영리와 비영리 사이 모금국 모금팀│손영주 간사
내가 옳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같이 행복한 것이 더 중요합니다.
'어떻게 돈을 벌까'와 '어떻게 돈을 쓸까'의 문제가 아름답게 공존하는 세상. 함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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