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무도 모르지만(^^)  제 마음 속에서만 준비해왔던 '아름다운재단 모금팀에서 일한다는 것' 2편을 준비했습니다. 지난 1편은 아름다운재단 모금팀에서 일하는 담당자의 업무 입장에서 느낀 점을 정리했다면, 2편은 모금팀에서 일하며 바라본 '기부자에 대한 이야기' 를 하고자 합니다. 


내가 만난 기부자들

아름다운재단 모금팀 담당자의 자리는 참 매력적인 자리입니다. 왜냐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생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큰돈을 기부하는 기부자일수록 자신의 기부금이 정확하게 원하는 곳에 쓰여지고, 쓰인 결과에 대해 보고 받기를 원합니다. 제가 바라본 기부자들은 돈이 많아서 기부하는 것이라기보다, 내 기부금이 정확하게 이로운 분야에 쓰일 수 있도록 매우 구체적으로 요구합니다. 저는 기부자들의 돈이 원하는 영역에 아름답게 쓰일 수 있도록 상담하고, 제안하는 역할을 합니다. 

서두가 길었지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많이 달라졌습니다. 사실 이전에는 영리 기업에서 마케팅과 세일즈 업무를 했었고, 비영리 단체로 옮겨온 지  2년이 다 되어갑니다.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구조와 언어들이 많지만, 다양한 분야의 기부자들을 바라보며 제가 크게 느낀 점이 있어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긍정적인 에너지

큰 금액을 기부하는 사람들은 마치 나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일 것이라 상상되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재벌가 회장에서부터 구두 수선으로 살아가는 기부자까지 다양한 경제적 여건을 갖고 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나와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을 평범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와는 다른 범주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도 만나게 됩니다. 그러니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아니라, 살아가며 누군가는 속해있을 다양한 모습들 중 일부일뿐 한정지을 수가 없습니다. 스스로를 '평범한 사람'이라 규정하는 사람들 안에도 각양각색의 삶의 모습들이 담겨져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들과 기부를 결정짓고 잠깐씩 만나 대화하는 시간만으로 전부라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이 삶을 대하는 기운이 느껴집니다. 그 기운은 바로 ‘긍정적인 에너지’입니다.  





삶에 대한 태도와 마음가짐

기부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공개합니다. 그러다 보면 처음 만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본인의 어렸을 적 가정 환경, 성인이 되어 겪은 어려움에 대하여 스스럼없이 이야기 할 때가 있습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버텨낸 기부자의 자세와 태도가 드러납니다. 어렸을 적 단칸방에서 살아왔다고 비관하지 않고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얼굴에는 삶에 대한 자신감과 더불어 얼굴과 목소리에 강한 힘이 느껴집니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 등장하는 식상한 문구겠지만, 막상 모금팀에서 일하며 만나게 되는 기부자들은 무서울 정도로 비슷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내 주위에 ‘평범하다’ 규정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나중에 내가 돈을 많이 벌면 그 때 기부하겠다’고 말합니다. 더러는 ‘지금 먹고 살기도 바쁜데 왠 기부냐’고 웃어 넘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금팀에서 일하며 만난 기부자들은 과거 돈이 많았건, 갑자기 사업이 잘되어 돈을 벌었건, 그것과 무관하게 넉넉한 마음을 갖고 ‘지금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을 위해 눈 돌릴 수 있고, 기꺼이 자신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놓습니다. 또한 인생에서 각자 만의 시련이 다가왔을 때, 누군가는 마음 속에만 간직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제가 만난 기부자들은 기억하고 타인은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까지 간직하며 살아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니 결국 기부금으로, 행동으로 꺼내놓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가 가진 돈 1천원을 기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내가 가진 돈 1억원을 기부하는 것도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름다운재단 모금팀에서 일하면서, 자신이 가진 것을 남을 위해 내어놓을 수 있는 시작은 '삶을 대하는 아주 작은 마음가짐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배움을 얻었습니다. 저는 종교도 없고 영적인 것의 의미도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진부한 자기 계발서 복사 내용이 아닌, 영리와 비영리를 모두 경험한 사람의 객관적인 이야기로 바라봐줬으면 좋겠습니다.

거기에 조금 더 욕심이 있다면, 저의 영리와 비영리의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 더 기부에 대한 선입견을 허물고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년 아름다운재단의 기부자 초청행사가 끝난 뒤 

- 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하는, 혹은 일했던 사람들과 함께 ^^ 



 

 

영리와 비영리 사이 모금국 모금팀손영주 간사

내가 옳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같이 행복한 것이 더 중요합니다.
'어떻게 돈을 벌까'와 '어떻게 돈을 쓸까'의 문제가 아름답게 공존하는 세상. 함께 가요.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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