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모금팀에서 일한다는 것 ⑧ 편
《기부컨설팅센터B》/컨설턴트 이야기 2016. 6. 20. 09:34 |“당신 참 있어빌리티하네요.”
아침 뉴스에서 사용하고 남은 명품화장품 공병이 암암리 거래되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말았습니다. 그 공병에 가짜 화장품을 넣어 진품처럼 판매한다는 기사인 줄 예상했는데, 앵커가 전해주는 내용은 전혀 달랐습니다. 그 공병의 용도는 SNS상에서 명품화장품 공병을 전시하고, ‘있어 보이게’ 사진을 찍기 위해 쓰인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요즘 한 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말과 함께 한숨이 밑바닥까지 내려왔습니다.
‘헐’
동시에 앵커는 ‘있어빌리티’라는 신조어의 뜻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능력’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ability'와 ‘있어 보인다’는 한국어의 조합이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돈이 좀 있어 보이고 부유한 것처럼 보인다는 의미로 사용되나 봅니다.
오늘은 '아름다운재단 모금팀에서 일한다는 것'에서 제가 본 진정으로 ‘있어빌리티(있어ability)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있어빌리티’의 의미가 ‘허상으로 얼룩진 삶’에 가깝다면, 제가 기부금을 받는 모금팀에서 본 ‘있어빌리티’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지난 7편에서도 서술한 내용과 같이 살아가는 이 세상은 너무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바람을 갖게 되죠. 반복되는 일상의 일부만이라도 최대한 단순하게 살고 싶다고. 그런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 보이는 그대로 믿고 살고 싶은데, 그러면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너 참 세상 물정 모른다’, ‘그래서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러냐’ 혀를 쯧쯧쯧 차는 소리를 듣게 되죠. 너무 착하게 생긴 사람에게는 사기꾼이 잘 접근하기 쉽다는 말까지 듣는 세상입니다.
그런 세상에서 ‘명품으로 치장한 사람’, ‘우리 집 안은 대대로 잘 살아온 집안’, ‘부자라고 말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상대방의 마음속 공허함을 느낍니다. 비싼 명품을 드러내고 싶다는 것은 자신이 평소 갖지 못했던 것을 가졌기 때문에 자랑하고 싶음입니다. 우리 집안이 대대로 잘 살아왔다고 과시하는 것은 집 안에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아픔이 있어서입니다. 돈이 많다고 말하는 것은 내가 지금은 비록 생각하는 것만큼 돈이 없지만, 곧 그렇게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내가 본 ‘있어빌리티한’ 사람들
그러면 이쯤에서 제가 직접 만난 아름다운재단에 고액으로 기부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지 궁금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말처럼, 제가 본 진정 ‘있어빌리티한’ 사람들에 대해 익명으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사실 기부를 계기로 몇 번 통화하고 만났다고 해서 그 사람의 전부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건 몇 년, 몇십 년을 알고 지내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을 경계와 의심으로 바라보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제거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대하면, 보이는 모든 것들이 달라질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 흰 머리 가득한 기부자님은 아직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 분이셨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 아름다운재단과 함께하면서 강북 중심의 고즈넉한 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분이라 들었죠. 전문 분야에서 최초의 타이틀을 갖고 계신 바에 비해 너무 작은 소형차. 알고 보니 그 동네 골목, 골목을 들어가려면 그 차만한 것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 어릴 적 못 배운 것이 한이 되어 평생 아껴 모은 재산을 덜컥 기부했습니다. 재단으로 가려면 지하철 몇 번 출구로 나가야 하느냐고 묻고, 보세도 좋은 것이 많다며 밝게 웃는 그 미소와 내공을 어찌 감히 따라갈 수 있을까요.
- 회사의 직급이 주는 위압감 때문인지, 기업에서 한 명의 임원이 움직일 때마다 비서를 포함해서 여러 명의 부하 직원이 대동하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봅니다. 의전이라고 하죠. 어느 재단의 이사장님께서는 지하철에서 내려서 걸어오느라 조금 늦을 것 같아 너무 죄송하다고 답했더니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당황했습니다. 자리가 주는 위압감 vs 자리가 주는 존경심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 언론을 통해 비춰지는 모습과 사회적 직위만 봐도 참 바쁘실텐데, 아름다운재단의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무조건 참석하는 기부자 님. 전혀 다른 여러 그룹 모임에 갔을 때도 그 분에 대해 칭찬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려면 도대체 얼마나, 매 순간, 잘 살아야 할까요.
- 무조건 아끼고 절약하며 기부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모두가 그런 사람을 존경하는 것도 아닙니다. 깔끔하고 멋스러운 옷차림, 흔하지 않은 고급 외제차, 한 기부자 님은 정기적으로 큰돈을 턱턱 기부하시면서 더 많이 벌어 또 기부하겠다고 말씀하십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인데 아낌없이 타인을 위해 내어놓는 사람들을 보며 진정한 ‘있어빌리티’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내 마음 안에 남을 위해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내 몸에 걸치고 다니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
상대방의 차림새와 직업에 따라 막 대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예의 바르고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들,
상대방의 나이와 성별을 떠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겉으로 치장한 것보다, 대화할수록 흘러나오는 기품과 넉넉한 마음으로 매료시키는 사람들.
이것이 바로 제가 아름다운재단 모금팀에서 본 진정으로 '있어빌리티한’ 사람들에 대한 요약입니다.
“ 겉모습뿐만이 아니라, 대화해보면 더 아름다운 당신,
진정 있어빌리티합니다.”
[ 아름답게 늙는다는 것에 대하여, 영화 '아무르'중에서 ]
영리와 비영리 사이 나눔사업국 특화나눔팀│손영주 간사
내가 옳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같이 행복한 것이 더 중요합니다.
'어떻게 돈을 벌까'와 '어떻게 돈을 쓸까'의 문제가 아름답게 공존하는 세상. 함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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